12.4.13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가 성인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가 성인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성인들에게 이렇게 각광 받은 적이 있을까.
가히 '포니 열풍'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마이 리틀 포니>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성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악스러울 점은 이 <마이 리틀 포니>의 타깃 대상은
엄연히 '여자 유아'인데 반해, 정작 인기는 '성인 남자'들에게 더 끌고 있다는 점이다.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없는 이 집단들 사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마이 리틀 포니>를
보고 있노라면,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도대체 그들이 <마이 리틀 포니>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하고 궁금해하는 부류와
"<마이 리틀 포니>에 열광하는 성인들은 제 정신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부류.

여기서는 전자의 부류,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필자도 많은 사람들이 경악스러워하는 <마이 리틀 포니>를 좋아하는 '성인 남자'로서
필자가 <마이 리틀 포니>(이하 MLP)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밝히면 독자들도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수긍하지 않을까 한다.


1. 캐릭터 디자인

애니메이션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단 시각적으로 볼 때, 매력이 있어야 한다.
즉, 보면 땡겨야 한다는 거다.













MLP는 우선 여기서 성공했다. 캐릭터들이 개성 있게 생겼고 두루뭉술하지 않다.
두루뭉술하지 않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면 다음 그림을 보자.




좌측의 포니는 이전에 출시되었던 MLP의 포니 모습이다. 우측은 우리들이 다루고 있는
MLP의 포니 모습이다.
좌측의 포니들은 누가 누군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색깔만 다를 뿐이지, 다 같은 포니같다.
하지만, 우측의 포니들은 모습만 봐도 그 개성과 매력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좌측의 포니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여자 유아들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캐릭터 디자인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보면 아는' 요소기에 더 이상 덧붙이지 않고
이 정도로 마무리 짓겠다.



2. 캐릭터 성격

각 캐릭터의 성격과 개성이 명확하다.



사진에서 보이는 여섯 마리의 포니가 MLP의 주인공들이다.
(여섯 마리의 갈기라고 해서 일명 Mane6 라고 한다.)
여아용 작품답게 여섯 마리 모두 암말이다.
한 눈에 봐도 대충 성격이 짐작이 되는데,
각기 다른 성격들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간단하게 짚어보자면,

보라색 포니는 책만 좋아하는 Nerd 캐릭,
파란색 포니는 장난끼 많은 괄괄한 남자 성격,
주황색 포니는 애교 없고, 완벽주의 일꾼 스타일,
분홍색 포니는 재잘재잘 파티광,
하얀색 포니는 패셔너블하고 허세끼 있는 캐릭,
노란색 포니는 소심의 극치,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첫 인상과 성격이 어느 정도 매치되지 않는가?
스칼렛 오하라의 앙칼짐과 다부짐, 셜록 홈즈의 광적인 행동들,
앤 셜리의 풍부한 상상력 등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성공하는 드라마나 소설에는
개성있고 매력적인 성격을 갖춘 등장인물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캐릭터마다 인상적인 유행어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는 마치 개그 프로에 유행어가 더해져 그 인기를 더욱 높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뚜렷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끼리 이리 저리 다니면서 서로 돕고,
때론 부딪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MLP의 대체적인 스토리이다.
MLP를 보고 있자면,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기분이다.



3. 음악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비슷하게 MLP는 중간 중간에 노래가 들어간다.
근데 이게 이외로 굉장히 흥해서 MLP에 빠져들게 되는 요소가 된다.
음악도 설명보다는 '들으면 아는' 요소기 때문에 한 번 들어보자.





뮤지컬 형식의 노래도 있는데, 아래의 노래도 굉장히 흥겹고,
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질 정도이다.




아래의 곡은 MLP에 나온 노래를 어떤 팬이 리믹스한 것인데,
일단 재생 버튼을 눌러보자.





MLP의 노래는 전부 Daniel Ingram 이라는 작곡가가 만들었는데,
여러 분위기와 장르를 넘나드는 노래를 듣고 있자면, 이게 정말 한 명에게서 나온 작품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Daniel Ingram>


올해 39살(한국나이)이라는데 제길, 젊은데다 잘 생기기까지 했다.

시즌3까지 나온 노래를 전부 합치면 약 1시간 분량인데,
한 곡, 한 곡 굉장히 훌륭해서 버릴 노래가 없다.



4. 현실 반영

인간이 소설, 드라마 등 '가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유는
'공감'의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그 인물들이 처해진 비참한 현실이 내 현실 같다는 공감,
그 인물들의 행동이 곧 내 행동이고 싶어하는 공감, 바로 이런 공감이
우리를 기꺼이 '가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MLP는 여자 유아의 현실을 다루지 않는다.
MLP의 Mane6는 모두 성인으로 각기 직업을 가지고 생업에 힘쓴다.
아이들에겐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성인들에겐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기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사회,
서로 이기려고만 하는 인간사회,
겉모습으로 쉽게 판단하는 인간사회,
참는 사람은 만만하게 보는 인간사회,
학교에서 왕따가 빈번히 일어나는 인간사회
가치 있는 자만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사회

<포니 세계에서도 겉모습으로 포니를 평가한다.>

<포니 세계에서도 집단 괴롭힘은 존재한다.>


이런 인간사회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우리는 MLP의 동물들을 통해
각 에피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물들의 현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발견하면서 공감하게 되고,
동물들의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어두운 현실풍자 영화를 보고 나오자면, 기분이 전환되기 보다는
되려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다음에 또 비슷한 영화를 대하게 될 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MLP가 명작이라 할만한 점은
이러한 현실투영과 극복과정을 심각하게 그리지 않고
가볍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MLP는 애니메이션답게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이 극단적이다. 그리고 극적이다.
이것은 현실세계의 사회에서 느끼는 진중함과 무거움을 걷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과장과 비약은 갈등과 고민을 장시간 머무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해낸다.
이는 MLP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점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애니메이션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MLP 만의 특유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안에서 가능한 점이다.



5. 사람 소중한지 알게 되는 작품

MLP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우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정'은
마음에 맞는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이합집산이 아닌,
각기 다른 이들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마음이다.

Mane6는 단점이 많은 인물들로 그려진다.
누구는 너무 계획에 집착하고, 누구는 너무 눈치가 없다.
누구는 너무 완벽을 추구하고, 누구는 너무 진지하지 못하다.
누구는 너무 소심하고, 누구는 너무 허세가 심하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인물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MLP는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해준다.
혼자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서로를 채워주며 완전하게 된다는 내용에서
MLP는 사람 소중한지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또한 주인공들은 모두 포니빌이라는 마을에서 산다. 이웃 주민 사이다.
그들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마을 안에서 서로를 알고, 인정하고, 포용했다.
결국, 멀리서 사람 찾지 말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 보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존재를 친구로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아래는 필자가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에 하나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작년, 미국에서는 한 동영상 때문에 성인 포니 팬들이 화가 단단히 나는 일이 벌어졌다.
십대 청소년들에게 MLP 오프닝노래 영상을 보여주고 그들의 소감을 담아 올린 것인데,
십대들은 유치하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질문 내용 중에는 "이 애니메이션에 성인 남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
있었는데, 대부분 십대들은 '이해할 수 없다, 이상하다,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다' 등의
답변을 내놓으며, 무시하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이에 화가 난 성인 팬들은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기까지 하였다.

사실, 십대 반응 동영상은 문제가 있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아예 생략한 채,
오프닝 영상만 딸랑 보여주고는 "이걸 좋아하는 성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을 했다는 거 자체가 이미 답을 내려놓고 찍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아용 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 자체만 보면 유치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유치한 여아용 애니메이션을 성인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런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더욱 씁쓸한 점은 바로 위의 반응이 자연스럽다라고 여기는 닫혀 있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이다.
 ~는 ~다워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강하게 박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일화이다.


앞서 밝힌 MLP가 성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들에 덧붙여,
화룡점정이 되는 마지막 이유는
"사내들도 여아의 감성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다.
MLP에 열광하는 성인 남자들을 보며, 우리는
소위 귀여움, 예쁨, 아기자기함 등의 여아들에게만 허락되는 요소들을
성인 남자들도 충분히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일화처럼 사회는 아직, ~다움을 강요하며, 어떤 존재가
그들이 정의한 다른 존재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런 관념은 부메랑이 되어 비판하는 사람, 자신들조차도 어떤 영역에
들어서고자 할 때, 가로 막히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만든다.

MLP는 여기서 사랑과 포용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MLP의 세계도 인간들의 세계처럼 차별과 고정관념이 존재하는 불완전한 곳이다.
하지만, 그곳의 인물들은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현실의 닫혀 있음'에 좌절하는 '성인 남자'들이 바로 이러한 점에 끌리게 되어
MLP에 더욱 열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MLP를 통해 소외 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은 그렇게 남들을 대해서는 안된다는 반성과 관용의 마음을
'성인 남성' 팬들은 배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는 세상, 이상적이지만 바라는 세상.>


만약 주변에 MLP를 좋아하는 성인 팬을 발견한다면,
마냥 싫어하기 보다 '이래서 좋아했던 거구나.' 하면서
웃으며 넘어가주는 아량을 베풀어 보자.
다른 이들에 대한 관용은 결국 나에게 또 다른 관용으로 돌아오지 않겠는가.